우울하고 찌질하고 너저분한 글을 쓰는건 오늘이 마지막이다.
지난 10월 10일. 3년만에 친한 친구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고등학교때 삼총사였던 우리. 12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사이 한 친구는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부인과 함께 동행했고, 나는 단지 나이만 먹고 31살의 찌질한 백수가 되었고.. 우리가 3년만에 만나러 간 그 친구는 3년 전이나 지금이나.. 28살의 밝게 웃던 그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3년전 겨울. 본인의 생일을 몇일 앞두고 내 친구는 죽었다. 교통사고였다. 사고 원인은 음주운전. 새끼.. 잘죽었어.. 그러게 누가 술먹고 운전하래!!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도대체 왜. 왜 술마시고 운전따위를 했을까. 평소엔 운전조차 자주하지 않던 녀석이, 왜 하필 그날, 그장소에서 술 마시고 운전할 생각을 했을까. 장례식장에서, 친구의 영정사진을 보며 절을 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내가 왜 너한테 절을 해야 하냐.. 내가 왜..’
그나마 한가지 다행인건.. 술먹고 운전한 본인 혼자 죽은점 정도. 다른사람까지 함께 데려갔으면.. 더 많이 미워했을텐데, 그나마 저 혼자 죽었으니 그 이상은 미워하지도 못한다.
죽은 친구와는 고등학교 3년동안 같은 반. 성향이 비슷해서 놀때도 항상 함께 놀았다. 야자 땡땡이 치고 술마시러 간다던가, 화장실에 짱박혀서 담배를 피운다던가.. 야한 비디오 같이 보는것은 기본.
졸업후 대학교도 같이 갔다. 같은 학교 같은과로. 질긴 인연이었다. 그러나 그 친구도 나도, 대학생활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했고, 나는 군입대를 선택했고, 그 친구는 자퇴를 선택했다.
나는 제대를 했고, 그 친구는 취업을 했다. 5년전에 마지막으로 만나서 맥주한캔을 하고, 그뒤로 그 친구를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우리집과 그 친구의 집은 불과 5분거리에 있었지만, 서로 쉽게 만나기는 힘들었다. 살면서 부대끼는 많은 일들이 5분 거리의 친구를 5년동안이나 만나지 못하게 했던것 같다.
그 친구가 죽기 3개월전, 만나서 농구나 한게임 하자고 전화를 했었다. 피곤하다고 다음에 같이 농구 하자고, 기약없는 약속을 하며 끊었던 그 전화가 마지막이 될줄은 그땐 몰랐다.
납골당에 한줌의 재로 남아있는 친구를 보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언제까지나 28살이겠구나. 나는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고 이러고 나이만 먹는데.. 살도 찌고 주름도 늘고, 요즘은 무릎도 아파서 농구도 잘 못하는데.. 남들 다하는 취직도 못해서 이러고 찌질하게 살고있는데.. 그런면에선 니가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카네시로 카즈키의 ‘연애소설’ 이라는 작품에는 이런 글귀가 나온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 있다고 해도 만나지 않게 되면 그사람은 죽는거야”
인간은 어차피 언젠간 죽게 되어있고, 연락이 끊기고 다시는 못보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그 시점부터 그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라고.
나는 무서워졌다. 찌질하게, 제대로 사람들도 만나지 못하고 살고있는 지난 몇년동안, 나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내 인생에서 죽이며 살아왔을까. 그리고 앞으로도 죽이게 될까.
나는 살아있다. 살아있는게 무섭고 또 무섭다. 계속 살아나가야 하는게 너무 무서워서 손발이 덜덜 떨릴지경이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할수 있을까. 나를 이해할수 있는건 나 자신밖에 없다. 그것조차 여의치 않을때가 있는걸보면, 인간은 인간을 이해하는게 아니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것일 뿐이겠지.
아마 나는 살아가는 동안에 계속 누군가를 기억속에서 죽이며 살것이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살테지만 결코 이해하지 못할것이고,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변명’하고, ‘설명’하고, ‘사과’하고..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죽은 친구가 너무 부럽지만, 죽는것도 그리 쉬운일만은 아니다. 나는 겁쟁이니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어디로 가야할까.. 막막하다. 취직을 하고, 지금과 조금은 다른상황이 다가오면 그땐 죽은 친구가 부럽지 않게될까. 그걸 잘 모르겠다. 살면서 겪게될 많은 일들을 내가 감당할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그러나 어쩔수 없는 부분에 대해선 고민해도 소용이 없겠지. 내가 어쩔수 없는것들이 더 많으니까. 단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게 진심으로 솔직하게 사과하며 이 글을 끝내고 싶다.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니가 나를 이해 못했듯이, 나도 너를 이해못하겠어. 하지만, 끝까지 이해하려는 노력은 포기하지 않을께. 그리고 미워하지도 않을께. 니가 나를 죽여도,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께. 볼품없어도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을테니까.. 너도 잘 살길 바래. 안녕.’
- October 20
- , 2010
